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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8 국회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꾸다.

월간 [샘터] 8월호. '선배, 밥 좀 사주세요'

국회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꾸다.

-국회의원 비서관 박형민씨-


매끈한 검은색 정장 차림, 이종격투기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 국회로 향하는 발걸음. 뭇 사람들은 이런 선배를 국회 경호원으로 자주 오인한다. 하지만, 땡! 박형민(29)선배가 일하는 곳은 국회지만 그는 경호원이 아닌 비서관이다. 비서관이라니! 범상치 않은 그의 외모와 취미는 늘 사람들에게 ‘왜 (혹은) 어떻게 비서관?!’이라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학문정치가 현실정치에 적용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싶다는 로망은 공부할 때도 늘 있었어. 그 과정은 의미 있는 일인 동시에 나에게 또 다른 공부가 되니까 말이야. 대학 때 밴드활동을 하고 지금 이종격투기를 하니까 내 직업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지. 그건 비서관에 대한 편견 때문일 거야. 사실 취미와 직업은 아무 상관없잖아?!”


선배의 말대로 국회의원 비서관 하면 사람들은 보통 ‘얌전한 사무직’이나 ‘능구렁이가 다 된 얌체’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선배는 그런 이미지가 ‘불만’이라며 비서관은 겉에서 볼 때와 차이가 크다고 강조한다. 독립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조력해 정책과 법을 만드는 일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선배의 설명이다. 또 그렇기에 단순히 기능직으로 일하기보다 “궁합이 맞는 국회의원”과 일할 때, 훨씬 의미 있고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선배가 말하는 현실(국회 안의)정치란, 철학이 맞는 사람들이 만나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작년 9월 국회에 들어온 선배지만, 짧은 기간 동안 선배는 일명 ‘국회의 3중고’를 모두 겪었다. 국정감사, 대선, 총선이 바로 그것. “선거는 정말 힘들었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그랬지. 국회의원은 입법기관(Assemblyman)인 동시에 정치인(party member)이니까, ‘권력 재생산’이 목적이 될 수밖에 없잖아. 나 역시 의원의 낙선과 동시에 실업하는 거니까, 집착하게 되고 그런 문제들이 또 회의적으로 다가왔거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회 본청 앞에서 박형민 선배.




대선, 총선이 ‘심리적 압박전’이었다면 국정감사는 ‘정보의 폭로전’이라고 선배는 말한다. ‘행정부의 감시’라는 국회기능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장(場)이자, 비서관들의 정부싸움이 가장 극렬하게 이뤄지는 기간이 바로 이 때인 것이다. 1년이 안 된 시간동안 세 가지 일을 모두 겪은 선배, 굉장한 경험 아닐까. “경험은 무슨, 일 년 사이에 몰라보게 늙었어.(웃음)”


그럼에도 이 일을 그만 두고 싶진 않단다.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는 쾌감은 이 일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비서관의 생각이 이슈화되고 공론화지만 선배는 억울하기보단 다행이라고 한다. “혹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겠지. 난 오히려 내가 생각한 게 거기서 끝나지 않고 대표성을 갖게 되는 게 참 좋아. 그리고 그 생각이 국가시스템으로 작용하는 법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정말 기쁜 일 아니겠어? 뭐, 아직 내 생각이 입법화된 건 없지만.(웃음)”


선배는 인턴 공채로 국회에 들어와서 비서관으로 진급한 케이스다. 국회 비서관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대게 선배처럼 공채로 뽑히거나 국회의원의 당선 전부터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비서관이 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어떤 방법을 거쳐 들어오게 되더라도 비서관이 되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선배는 말한다. 국회는 늘 국민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고 뉴스가 생산되는 곳이라 일하는 순간순간 순발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해야 한다. 고민하고 대안을 생각할 시간은 없다. 그렇기에 비서관에겐 늘 준비되어 있는 자세와 순발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한 가지 필요한 자질은 전문성이야. 국회의원은 모두 상임위활동을 하기 때문에 나만의 전문성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특히 자신이 속한 국회의원의 상임위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요즘 사회도, 국회도 어수선해 걱정이 많다는 선배는 나와의 저녁식사 후 다시 국회로 들어갔다. 저녁 7시40분, 이제 해는 뉘엿뉘엿 저무는데 국회 의원회관에는 하나씩 하나씩 전등이 켜진다. 길어지는 선배의 그림자 뒤에서 조용히 읊조려 본다. 선배, 들어가서 희망도 함께 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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