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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0 선배들, 기자 할 맛 나겠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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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취재원이 보내주신 문자. 오랫동안 곱씹고 곱씹을게다.



날짜가 벌써 많이 지났다.
저 문자를 받고 바로 '인턴일기'를 쓰고싶었으나, 번호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는 것이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손을 댔다.

47호 시사IN에서 '장기파업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기사가 '표지이야기'로 나갔다.
이랜드, KTX, 코스콤 장기파업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한 표본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큰 줄기였다.
인턴 세 명은 각 사업장의 노동자 가운데 스트레스가 높은 후보군 중 한 명씩을 정해,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했다.

어디 하나 쉬운 곳 있겠냐마는,
막상 일년도 넘게 장기파업을 진행해 온 이랜드 노동자를 만난다는 것이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날 잠도 설치고,
약속시간보다 1시간30분을 일찍 나간 것에 비해서
인터뷰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농담도 하고, 공공의 적도 만들며
꽤 오랜 시간을 취재원과 함께 있었다. 다음엔 꼭 맥주 한 잔 하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취재 그 후>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다뤄야겠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내 감정을 완전히 숨기지도, 드러내지도 못하고
취재원의 입장을 완전히 녹이지도, 빼내지도 못했다.
"어쩐지 취재를 너무 즐겁게 했다 싶었어!"

결과적으로 시간은 흐르고, 기사도 지면에 나왔다.
술 약속을 한 취재원에게도 기사가 나온 시사IN 47호를 보냈다.

그리고, 위의 문자가 왔다.

한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기사, 뒷모습만 나온 사진.
기사가 나온다고 장기파업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랜드 사장이 사과를 할 것도 아니다.
취재원은 내게 그저 '이야기'를 주었고, 난 그것으로 그저 '기사'를 썼다.
그리고 나에겐 '문자'가 왔다.
"보내준 시사인 잘 받아서 잘 읽었어요.
난상인터뷰를 잘 정리해줘서 고맙구, 내용도 감동. 더운데 건강조심"

누군가 기자를 '월급쟁이'라고 했다.
이제 누구도 기자를 '지사(士)'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술직일 뿐이라고.
어쩐지 께름칙했던 이 '기자정신 회의론'은 저 문자 도착 후 말끔하게 끝났다.
그냥 참 좋더라, 좋아, 좋아서 그냥 좋고, 그래서 또 좋고. 지금도 좋다.

예의상 보낸 문자에 너무 들떴다고 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근데도 저런 문자 종종 받으며 기자생활 하고 있는 선배들이 마냥 부러운 건
철이 없어서인가, 단순해서인가. 큭큭




<시사IN 47호> 장기파업 노동자 정신건강 기사보기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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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좋겠네. 저런게 진짜 할맛나게 하지.
    송기자 화이팅!

    2008.08.25 11:34
  2. 혈액형맹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이런 일이 있었네? 함께 진행한 사람으로서 꽤 뿌듯한 일이로군, 내게도 좀 알려주지... 그런데 기자질 하면서 저런 문자 받을 일은 별로 없으이. 그대가 '잘' 했기 때문이겠지. 말대로 저 문자메시지를 '잊지 않기를!'.

    2008.08.27 20:53
  3. 티니위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얼 쏭~~ ㅋㅋ

    2008.09.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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